2023.8.16.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서이초 유가족, 고인의 하이톡 내용 공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내용을 바탕으로 포스팅을 합니다. 최대한 보기 쉽게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우선 하이톡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말씀드리면, 학부모가 교사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메신저입니다. 학부모는 언제든지 채팅을 남길 수 있습니다. 교사는 상담 가능 시간에만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시는 분들은 길게 설명 안 드려도 잘 알고 계실 거 같네요.
그 교실의 분위기
어떤 학생은 울음이 터져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점심 식사도 여러 차례 거부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급실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 과잉행동을 했습니다.
이런 아이들로 인해 다른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 생활을 힘들어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위 이야기와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러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놀림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이톡으로 합니다. 한 학부모는 "신고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개선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아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서로 어울려 노는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와서 그렇게 만지고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건 엄밀히 학교 폭력에 해당되는 사인이긴 한 거 같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어 "상대방 어머니께서 이 일에 대해 알고 훈육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라고도 말합니다.
여기까지는 소위 연필사건이 있기 전까지의 일들로 보입니다. 연필사건은 7월12일에 일어납니다. 아래에 연필사건 당일의 일을 정리해 봅니다.
그날 오전에 연필 사건이 있었고 오후에 피해자 학부모 및 가해자 학부모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가 이뤄집니다. 이날 가해자 부모는 바로 피해자 부모를 직접 만나 사과하려 했으나 거절당했고, 밤 9시에 가해자 학부모가 교사에게 휴대전화로 장문의 문자를 보냅니다.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3:31 피해 학부모가 학교 전화 시도, 통화 안됨
13:49 피해 학부모가 사진과 함께 2시 이후에 통화 원한다는 하이톡을 남김
14:51 교사 휴대전화로 해당('피해'로 해석됨) 학부모와 7분간 통화기록 있음
15:11 교사 휴대전화에 피해 학부모와 4분간 통화, 문자 1통 기록 있음
15:20 교사가 학부모에게 하이톡 전달
21:00 가해 학부모는 교사 휴대전화에 장문의 문자 남김
보도자료 내용만 최대한 드라이하게 정리했는데, 가해 학부모와의 연락은 디테일하게 나와 있지 않은 점이 눈에 띕니다. 연락을 주고 받은게 없는 건지, 휴대전화로 안 해서 내용에서 빠진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다들 이런가
찾아보니 서이초 1학년은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25명 정도입니다. 보도자료에 나온 과잉행동 학생이 2명이고 생활지도가 필요한 아이도 1명으로 보입니다. 이 학생들 중에 연필 사건 가해 학생이 포함이 된 건지는 불분명합니다. 어쨌든 10%가 넘는 비율로 평범하지 않은 학생이 있는 겁니다. 비율로는 좀 높아 보입니다.
이 교사 한 명이 10명의 학부모에게 민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평범치 않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더 많은 수의 피해를 봤다는 학생의 학부모들이 교사를 한 번씩은 건드렸을 거 같습니다. 부모로서 그럴 수 있어 보이는 일입니다만 당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피곤했을 거 같습니다. 학생 부모들의 절반정도나 되네요. 어르고 달래야 할 상대가 아이 25명과 그 부모 50명인 건가요.
다들 학교를 다녀봐서 알지만, 교실은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그 안에서 문제가 생기고 해결되고, 또는 큰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교실에서 아이들끼리의 일이고, 교사가 간혹 그걸 조절하는 정도의 역할만 해도 충분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성장해오지 않았나요?
그런데 부모들이 이래라저래라 끼어들면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 되는 거 같습니다. 진짜 사공이어야 할 교사는 다른 사공들 보느라 정작 학생들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거 같네요.
2023년에도 세상은 요지경이네요.
댓글